어느 동호회를 가더라도 사진이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아졌다.
특히 커피는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고,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매니아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커피믹스를 타먹는 수준을 뛰어넘어,
이제는 왠만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콩의 이름 몇 개는 줄줄 외울 수 있는,
그야 말로 한국 사회에서 커피는 장족의 발전을 하였다.
웰빙의 바람을 타고 '유기농커피'가 몰아치더니(유기농에 대해서 할말은 많지만 그냥 넘어가자....쩝;;;;),
공정무역커피,
즉 커피농가에서 일하는 불쌍한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심심치 않게 나온다(공정무역커피도 참 할말 많지만;;;).
우리가 마시는 이 커피 한잔은 한없이 맑은 눈망울을 가진 저 아이가 하루 종일 일해서 얻어진 결과물이며,
우리가 마시는 커피 값의 90% 이상은 중간상인이 가로채고,
그 맑은 눈망울의 아이 손에 쥐어지는 금액은 1%도 안되는 금액이며,
우리가 커피를 많이 마실 수록 부자들의 배만 불려주게 되기 때문에,
일반 커피 보다는 공정무역 커피가 있다면 그것을 먹던지, 아니면 커피를 줄여야 한다고들 이야기 한다.
커피, 초콜렛, 사탕수수 등 전 세계의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1차 농산물들은
대부분 개발도상국 이전 단계의, 1차 산업으로 나라의 살림을 꾸려가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저소득국가들에게서 주로 생산된다.
물론 이 들이 직접 농산물을 생산하여 자연스레 형성된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한다면 그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재의 형국은 거대자본의 기업이 이들 나라에 투자 혹은 직접생산부분을 담당하여
생산물들을 세계로 유통시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한 나라의 산업은, 가장 원시적인 1차 산업으로 출발하여 제조업 단계를 거쳐 서비스업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단계로 발전해가며,
이러한 단계를 제대로 밟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으로건 간에
외부의 도움 혹은 원조를 통해 종잣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그 나라 혹은 사회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커피, 초콜렛, 사탕수수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나라는 저소득국가이며,
이러한 작물재배를 통한 수입이 없으면, 가구전체 수입이 제로인 그런 수준의 나라들이다.
즉, 이런 농산물들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만 이들 가구는 얼마안되는 돈이라도
내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그런 수준이라는 것이다.
중간상인들이 가로채는 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또한 우리가 지불하는 액수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진실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겠나.
중간상인들이 미워서
우리가 커피를 마시지 않고 설탕을 덜쓰고 초콜렛을 덜 먹으면,
자연스레 그 맑은 눈망울을 가진 아이의 주머니에 들어갈 돈은 줄어들고 없어질 수도 있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지 말자고 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지속적 그리고 더욱 활발한 소비를 통해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것이 맞으며,
개선하고 바꾸어야 할 부분은 유통되는 농산물들의 경로 혹은 판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느냐,
바로 이 점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공정무역커피'.
이 이야기까지 하면 엄청 길어진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이 그렇게 욕하고 가격만 비싸다고 투덜대는 스타벅스, 커피빈 등이
뒤늦게 공정무역커피를 외치고 있는 몇몇 업체들보다 훨씬 먼저 공정무역커피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네들이 이점을 크게 부각시켜 광고하지 않는 이유는,
'당연한' 것을 광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매년 판매되는 COE 콩의 등급과 가격 그리고 구매처를 살펴보면,
늘 최상위급 콩을 구매하는 곳도 우리가 그렇게 욕하고 있는 위의 두 기업들 중 하나다.
커피라는 식물의 특성상,
기계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이것은 전체 과정 중 극히 미비한 부분일뿐,
재배부터 수확, 건조 등 대부분은 사람이 손으로 직접 해주어야 한다.
즉, 한 잔 커피값에는 수많은 사람의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나라가 앞으로 점점 발전하여 인건비가 상승하게 되면,
아마도 우리는 지금 커피값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지불하고 마셔야 할지도 모른다.
그 맑은 눈망울의 아이가 정말로 불쌍하고 돕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마시던 대로 커피를 맛있게 마셔주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 지금 내가 마시는 커피를 얼마의 금액을 더 지불하더라도 마셔줄 수 있는,
그 마음만 간직하고 있으면 된다.
커피값은 무조건 4,000원 이하여야 하고,
리필은 무조건 공짜에 무제한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원하는 '맛'을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수준의 '소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