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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아파트

Diary / 2011. 11. 1. 23:31

대한민국 근대건축이나 혹은 아파트를 조금 아시거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실만한 아파트입니다.

1930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입니다.

늘 버스로 지나다니면서, 저 촌스러운 초록색의 건물은 무엇일까 궁금했었는데

얼마전 구입한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라는 책을 통해

이 건물이 역사적 의의가 깊은 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조용히 그 곳을 방문했습니다.

혼자 사진찍기를 좋아하고,

골목길이나 오래된 아파트들을 많이 다녀보았기에

특히나 재개발과 관련된 건물들에서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어쩌면 그 곳에 살고 계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욕망앞에

저도 어쩔수 없는 인간이긴 인간인가 봅니다.

한적한 주말 오후,

제가 사용하는 카메라 중 가장 소음이 적은 Hexar AF에 TMAX100을 넣고는 조심스레

건물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래된 건물에서 나는 그 독특한 냄새,

건물 곳곳에 나 있는 크랙들,

복도에 널어놓은 가재도구와 빨래 그리고 형형색색의 조그마한 화분들....

제일 윗층인 5층에 올라가 중정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얼마되지 않은 그 작은 공간이,

충정아파트라는 이 건물에서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

그 곳에서 예전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대화를 나누었을지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건물 곳곳에 붙어있는 재개발 관련한 과격한 문구들,

가끔씩 지나다니는 주민들의 눈초리....

30여분 정도를 돌아다니다가, 연세가 있으신 할머님과 만났습니다.

제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를 보시더니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사진을 찍으려면 미리 관리사무소에 연락해서 허락을 받아야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는 성급히 건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좁디 좁은 아파트 정문만 통과하면 밝은 햇살이 비추는 세상,

하지만 제가 본 그 안의 공간은 어둡고 칙칙하며 무언가 불안감이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모쪼록,

충정아파트가 모든이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을 정도의 합의를 이루어

보존 혹은 다시 지어지더라도 더욱 멋진 공간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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