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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도

Diary / 2011. 9. 24. 20:32

얼마전인가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에도 나왔고,

엊그제인가는 네이버에도 소개가 되었다.

특히나 관매도의 해송림은 내가 보아도 정말 장관은 장관이었다.

폭이 2-300m나 되는 숲이 바닷가 모래사장을 따라 2km 이상 죽 늘어서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녀보았지만, 관매도처럼 해송림이 발달한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해송림 때문에, 한 여름의 태풍 속에서도 마을은 바람에 대한 피해없이 지금까지 유지되어올 수 있었다.

이곳저곳 매스컴에서, 요즘 이 해송림이 죽어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 들고 있는 것이 '소나무재선충병'이다.

일명 소나무의 AIDS라고 불리는 이 병은, 한번 걸리면 100% 소나무가 고사한다.

소나무과 나무 중에서도 특히 소나무, 해송(곰솔), 잣나무에만 감염되고 감염 후 한달정도면

노랑게 말라죽어버린다.

치명적인 병이긴 하지만, 내가 관매도를 오랜동안 다녀본 경험으로는 해송림을 죽이고 있는 것은

이 소나무재선충병이 아니다.



섬은 그 크기에 관계없이 독특한 문화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육지사람들은 적당한 크기의 섬을 가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앞에서 한없이 감동을 받게 되고

포근함을 느낀다.

주로 어업과 농업을 통해 수입을 얻는 섬주민들은 관광객들이 들어와서 쓰는 돈을 보면 그 생각이 바뀌게 된다.

섬이라는 특성상, 한번 들어오면 오도가도 없는 신세가 되고

태풍이라도 불어 섬에 묶이게 되면 언제 나갈지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동안에는 온전히 섬에서 돈을 써야한다.

나도 학부 졸업 2주일 전, 울릉도에 들어갔었다.

일주일 동안 일을 마치고는 섬에서 나오려고 하니 바람이 심해 울릉도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며칠 푹 쉬다가 돌아가자 생각하고는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이곳저곳 돌아다녔었는데,

결국 나는 졸업식 당일에서야 울릉도에서 나올 수 있었다.

현금이 없었어서, 민박집 주인분께 주민등록증을 맡기고는 외상으로 묵었던 기억도....ㅎㅎ;;


외지인들이 섬에 사용하는 돈은 100%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않고 고스란히 섬주민들의 주머니속으로 들어간다.

더불어 카드결재가 거의 되지 않는 특성상 현찰박치기 그대로....

우선 사람들은 남아도는 땅 혹은 사용하지 않는 집을 조금 수선하여 민박집으로 홍보한다.

그리고 시청이나 군청에 민원을 넣는다.

해안 혹은 모래사장에 포장도로를 설치해달라고.

몇차선이 아닌 경운기 혹은 자동차가 교행할 수 있을 정도의 폭만 유지되면 될 정도의 도로.

그 다음에는,

방파제 혹은 선착장을 확장해달라고 한다.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여객선만 있으면, 섬에 입도할 수 있는 관광객의 숫자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차를 싣고 들어올 수 있는 도선이 정박할 수 있을 정도의 선착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는 도선이 입도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해운사 혹은 관청에 민원을 넣는다.

최종적으로 보면,

외부인이 차를 가지고 편하게 섬까지 들어와서 묵었다가 갈 수 있게 된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유인도 중, 차가 있어서 편한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관매도만 하더라도 1구와 2구로 나뉘어있어 엄청나게 커 보이기는 하지만,

조금의 여유만 있으면 걸어서 천천히 돌아다녀볼 수 있고,

차도가 놓여진 곳이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차가 들어오는 것이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다.



외부인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차까지 들어오게 했다.

그런데 이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관광수입이라는 것은

외부인들이 그 안에 들어와서 과자 한봉지, 밥 한끼라도 사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차를 가지고 들어올 수 있다면,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여행지 검색을 하다가 차가 들어갈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된다면(물론 도선료는 엄청 비싸다),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차를 가지고 가기로 한다.

그 다음에 하는 일은,

집 주변 이마트로 돌진해서는, 가서 먹을 고기와 술, 안주 등등을 구입해서는 아이스박스에 쟁여두는 것이다.

그리고 섬에 들어가서는,

동네슈퍼에서는 과자 한봉, 민박집 주변의 음식점에서는 밥 한끼 사먹지 않는다.

그저 민박값 정도만 지불하고, 섬에 남는건 그네들이 오지게 먹고 남은 음식쓰레기 뿐이다.


또 한가지.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바닷가의 모래사장은 자연스럽게 모래가 아닌 맨흙으로 이루어진 지형과 연결된다.

바람과 파도에 의해, 육지의 흙과 돌 등은 모래로 변하면서, 파도에 의해 쓸려가는 모래의 양만큼 자연스레 보충된다.

하지만, 포장도로를 놓게 되면 이 현상이 중단된다.

대부분의 포장도로 혹은 일주도로는 모래사장의 끝부분에 놓여지게 되는데,

그냥 흙으로 되어 있던 이 부분에 도로가 놓여지게 되면, 위에서 말한 현상이 상당히 더디게 혹은 전혀 일어나지 않게된다.

그리하여, 보충되는 모래의 양에 비해 쓸려내려가는 모래의 양이 많아지게 되면서

모래사장의 폭은 해가 갈수록 좁아지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해수욕장들은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해수욕장 개장 전에 대량의 모래를 구입하여 뿌려놓는다.

물론 도로가 전혀 필요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도로들이 반드시 해안가에 위치할 필요는 없다.

주민들이 필요한 도로는, 선착장에서 마을의 내 집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도로지

해안을 일주하거나 모래사장 주변을 빙빙도는 도로가 아닌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주민들은 차가 못들어오게 막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숙박비나 식자재, 음식값 등의 폭리를 조금만 참아주시면 금상첨화다.

관광객들은 생필품 등을 제외하고는 먹고 마시는 음식거리는 해당 관광지의 매점에서 구입해주는 것이다.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게 되면,

몇 대가 지나더라도,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그 멋진 풍광을 그대로 즐기게 해줄 수 있다.



환경이 파괴되어가는 과정을 곰곰히 지켜보게 되면,

역시나 이 지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생명체는 바로 사람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2003년, 처음 관매도에서 본 그 멋진 모습들을 지금도, 나중에라도 볼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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