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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2 즉석떡볶이 12

즉석떡볶이

Diary / 2008. 8. 12. 22:12

3~4년전 이던가?

오랜만에 후배녀석을 만나기로 한적이 있었다.

약속장소를 잡는데 이녀석이 의외의 장소를 이야기했다.

일신여상 앞.

'이녀석이 갑자기 왠 여고 앞에서 보자고 하는거지;;;??'

의아하기도 했지만 약속장소에 나간 후 나는 후배녀석을 참으로 칭찬해주었다;;;;

일신여상 앞 골목길에는 참으로 맛난 떡볶이집들이 즐비하게 있었고, 나는 참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얼마전 다시금 그 일신여상 앞에 가게 되었다.

직장과 그렇게 멀리 떨어져있지도 않고 버스 한번만 타면 바로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안간 아니 못간 이유는 충분히 있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 상상해보시라.

나이 서른 넘은 시커먼 아저씨가 혼.자. 여고 앞 떡볶이 집에서 테이블에 앉아 떡볶이를 먹는 모습을;;;;

이것은 휴가 나온 이등병이 혼.자.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먹는 것보다 더더욱 심각한 풍경이었다;;;;

상상하기 싫었다....ㅡㅡ;;

더더군다나 내가 그 상상속의 주인공이 되는건 원치 않았다....ㅡㅜ


암튼....

이번에는 그 곳을 정말 잘 알고 계신 분과 함께 했기에 더더욱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찾아 들어간 곳은....

지하로 들어서자마자 왠지모를 포스가 확 풍겨오는, 바로 그런 집이었다.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 하지만 각자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아서 떡볶이를 먹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게 느껴졌다.

즉석떡볶이에 사리 몇 가지를 주문하고 마지막으로 '순쫄'이라는 것을 함께 주문했다.

'순쫄? 순대와 쫄면인가....ㅡㅡ?'

하긴 분식집에 단골메뉴 중의 하나인 순대와 쫄면이 빠지면 서운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음식을 기다렸다.

'순쫄 나왔습니다~' 하는 소리와 동시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순대와 쫄면이 수북히 담긴 하얀 접시가 아니라, 뚝배기에 부글부글 끓여서 나온 순두부찌게였다.

그렇다!!

순쫄은 순대와 쫄면이 아닌 '순두부 쫄면'이었던 것이다.

처음 접하는 음식에 약간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일단 한번 먹어보라는 권유에 나는 거침없이 젓가락을 들었다.

5분뒤.

나는 젓가락에 숫가락까지 함께 들어 그 순쫄이 담긴 뚝배기 바닥을 긁고 있었다....;;;;

이런 감동적인 맛 이라니....흙;;;; ㅡㅜ

그리고 나중에 나온 즉석떡볶이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매운 입을 후후 불면서 밖으로 나와서는 코스의 마지막인 딸기빙수를 먹었다.

약간 얼어있는 듯한 생딸기에 시럽을 잔뜩넣고 거기에 방금 갈아온 얼음이 수북히 쌓여있는,

정말 음식 제목 그대로 딸기와 얼음만 있는 간단한 내용물의 빙수였다.

매운 입안으로 녹아들어가는 그 딸기의 달짝지근한 맛은 이루 형용할 수 없었다....


한 코스를 다 마치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걷는데,

오랜만에 제대로 먹어본 떡볶이 그리고 그 순쫄의 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역시나 나 혼자 그 곳을 가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에 다시금 시무룩해졌다;;;;

흙;;;;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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