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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1 사람이란게 다 그런거여~ 8
오랜만에 단골 떡볶이 포장마차에 들렀다.

일주일 내내 가던 한달에 한번을 가던 아니면 반년 동안 한번을 가던,

언제나 웃음으로 반겨주시는 아주머님과 약간은 무뚝뚝한 아저씨.

처음 뵈었을 때는 참 젊으셨는데 이제는 흰머리도 드문드문 보이고 두 분이 몸이 않좋으셔서 일찍 들어가시는 날도 많고.

그정도 세월이 흘렀나보다.

포장마차 안의 내 자리.

늘 그 자리에 서서 아주머님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튀김 3개에 떡볶이 양념을 듬뿍 묻혀 내어주신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분명히 튀김 세 개, 천원어치만을 시켰을 뿐인데,

나오는 접시에는 튀김 세 개와 더불어 족히 일인분은 넘을 것 같은 떡볶이도 함께 담겨 있었다.

"아주머니 저 튀김 세...." 라고 이야기 하려면,

아주머님는 잽싸게 말을 가로채면서 말씀하신다.

"한창 먹을 나인데!!"

두 명이 먹어도 남을 만한 양 이지만 죄송해서 나는 꾸역꾸역 맛나게 먹고 나온다.


오랜만에 찾은 떡볶이 포장마차.

내 자리에 서서 무얼 시킬까 생각하며 튀김통과 떡볶이 통을 들여다본다.

떡볶이는 1인분보다 약간 더 남아있고 튀김은 딱 5개가 남았다.

튀김 1인분을 시키면 분명히 아주머님은 튀김과 더불어 그 남은 떡볶이를 담아 주실게 분명하다.

남은 튀김 2개를 팔기도 좀 그렇고.

"오늘은 떡볶이 1인분 주세요~"

"튀김 1인분 안먹고?"

"아~ 오늘은 떡볶이 먹고 싶어요~"

아주머님은 떡볶이통을 싹싹 긁어서 접시 가득 내어주신다.

마침 들어온 아가씨가 튀김 1인분을 시킨다.

떡볶이에 담겨 있는 깻잎과 파를 양념에 묻혀 입안으로 가져갈 즈음.

아주머님께서 나의 접시로 남은 튀김 2개를 넣어주신다.

"어~ 저 배불러요~ 떡볶이도 이렇게 많이 주시고선....ㅡㅜ"

아주머님은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람이란게 다 그런거여~"


어떤 의미의 말씀인지 그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대답한다.

"에이~ 그래두요~"



포장마차를 나와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걷는다.

부쩍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젊은 아가씨들이 많아졌다.

터벅터벅 이어폰을 귀에 꼽고 걷는데 내 앞으로 무언가가 불쑥 내밀어진다.

라이터와 껌이 함께 들어있는 전단지.

안마집 전화번호와 위치보다 나는 라이터가 필요해 덥썩 받아들고는 길을 간다.

예전에는 정장차림이 아니면 아예 줄 생각도 않더니만,

이제는 캐주얼차림에 카메라가방 달랑 메고 있는 나에게도 몇번씩이나 전단지를 준다.

못받았을 때는 약간 소외감(?)도 있었는데, 몇번 받고 나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그만큼 나이가 들어뵈나 하는 생각을 하니 좀 씁쓸하기도 하고.



문득 아까 아주머님의 말씀이 귓가에 스친다.





"사람이란게 다 그런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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