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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置浩二

Diary / 2008. 12. 6. 23:29
일본음악을 들으면 학교 선생님께 CD를 압수당하고 교무실로 불려가 엄청 두들겨 맞는 것도 모자라 방과 후 청소까지 혼자 해야했던 시절이 있었다.

'왜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절대 접해서는 안되는 '문화'였던, 그런 것들이 당연시 되었던 시절.

하지만 한창 때인 나이에, 하지 말라고 하면 왠지 더 하고 싶어지는 습성이라고나 할까?

당시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면서 어른들이 이야기 하는 '들어서는 안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우리들은 쇼핑을 다녔다.

압구정동 상아레코드와 명동지하상가의 형음악실.

수업이 일찍 끝나는 토요일 오후 우리는 교복을 갈아입고 삼삼오오 그동안 모아놓은 코 묻은 지폐를 세어가며 버스에 올랐다.

일본문화 금지 시절이라 당시 일본음악을 판매하던 곳에서 CD 한장이라고 구입하려고 하면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우리들만의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했다.

A4용지크기의 클리어화일에 적혀있는 리스트를 보고 사장님께 부탁을 하면 사장님은 밀실(?)로 들어가 해당CD를 꺼내주시던.

그리고 뮤직비디오와 일본 에니메이션도 비디오테이프에 복사를 해서 판매를 했으니 우리에겐 천국과도 같은 곳 이었다.

그 당시 만난 일본 뮤지션들은 상당히 많았고 가요와 팝송에만 길들여져 있던 우리의 귀는 아주 새로운 문화적인 충격에 기쁨의 함성을 질렀던 기억이 있다.


CoCo, 구도 시즈카, 안전지대, X, 라우드니스, 나카야마 미호, 세이코, 쿠와타 밴드 등등....

이제는 아련한 이름이 되어버린 그들이지만 그 당시 우리는 TV 브라운관이 뚫어져라 보고 또 들었다.

그들 중 나는 특히 안전지대라는 그룹의 음악이 너무나 좋았고, 이렇게 감미로운 목소리를 내는 보컬은 과연 누구일까?

궁금하고 또 궁금했었다.

그렇게 알게 된 이름, 玉置浩二.

가장 일본적인 가사와 가장 일본적인 멜로디에 가장 일본적인 보이스를 가진, 최고의 보컬이라는 칭송이 전혀 아깝지 않은 남자.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들의 음악과 그의 목소리는, 가끔 과거를 회상하는 단골 도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ワインレッドの心

2004년에 발매된 玉置浩二의 리메이크 앨범이다.

안전지대 시절 발표되었던 노래들 중 인기가 많았던 몇몇 곡을 그만의 감성으로 어쿠스틱 버전으로 리메이크 한 앨범.

세상에는 정말 많은 리메이크 앨범이 존재하지만, 나는 그 중에서 이 앨범을 정말 사랑하며 높게 평가하고 싶다.

원곡의 매력과는 또 다른 새로운 매력 그리고 나이가 들어감에따라 더욱 원숙해진 목소리.

거기에 거의 완벽에 가까운 녹음기술까지.


한동안 품절이었던 이 앨범을 얼마전에 우연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들어본 그의 목소리.

커피 한잔 그리고 담배 한 개피, 창 밖으로 소리 없이 내리던 비와 함께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노래.


입가에 머무는 따스한 미소와 함께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이 있다면,

아마 그의 이 노래들은 그 감정을 더욱 벅차게 해 줄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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