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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7 카세트테이프 4

카세트테이프

Diary / 2008. 9. 7. 21:39
엊그제,

연례행사 중의 하나인 서랍정리를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구석구석 서랍을 다 빼내고 걸레를 들고 마음잡고 시작한 청소였다.

서랍 하나가 잘 안빠지길래 중간에 뭐가 끼워져있나 하고는 손을 깊숙하게 집어넣어 보니,

카세트테이프 하나가 손에 잡혔다.

요즘엔 보기도 힘든 일명 '공테이프'

제목을 적는 곳에는 '민중가요'라는 네 글자가 적혀있었다.

"이걸 내가 언제 샀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기억이 났다.


대학 1학년 첫 대동제.

당시 대학사회는 전대협의 시대가 끝나고 한총련이라는 새로운 조직이 출범을 한 첫해였다.

고등학교 때 9시 뉴스에서 보아온 과격한 대학생 형님들의 시위.

쇠파이프와 화염병 그리고 백골단, 오월대, 녹두대.

어린 나이에 잘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그 당시 유시민 님(현재 정치인)이 펴낸 '거꾸로 읽은 세계사'등을 통해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 알고 있기는 했다.

(얼마전 유시민 님이 펴낸 '거꾸로 읽은 세계사' 이 책이 저자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듯)


중학교, 고등학교 때 대학교 캠퍼스 놀러다니기를 참 좋아했었다.

하지만 어린 기억에 남아있던 대학교 캠퍼스는 낭만이라기 보다는 화염병 냄새가 진동하는,

황량한 운동장이 거의 전부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때를 전후해서 일부러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캠퍼스의 낭만을 심어주기 위해 각 방송사에서는

명랑하고 활발한 대학캠퍼스 드라마를 시트콤 형식으로 엮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대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이런 청춘시트콤들의 일관된 주제가 한가지 있다.

9시 뉴스에서 보여지는 투쟁, 시위는 먼 나라 이야기이고 소비와 연예 같은 낭만적이고 화려한 것들만을 주제로 하여,

앞으로 대학생이 될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주로 시청하는 학생들에게 현실과는 다른 그 무엇을 심어주려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나만 가지고 있는 큰 논리적 비약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전대협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NL계열이니 PD계열이니 하며 소주와 새우깡만을 가지고 밤을 새우며

진지하게 토론하던 선배들이 많았건만, 한총련 이후 초창기에는 어느정도 전대협을 계승하는 듯 하였으나

점차 학생들에게마저 외면당하는 그런 단체가 되어버린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결정적인 것이 아마 1996년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815 통일대축전 및 범민족대회가 아닐까 싶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많이 빗나갔다.

그 문제의 카세트 테이프는 첫 대동제 때 교내 노래패에서 수익금을 마련하기 위해 판매했던 것 이었다.

전혀 관심이 없던 분야이기도 했고 왠지 무섭기도 했고.

지나쳐가려는데 조그마한 포터블기기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고 난 그 자리에 서 버렸다.

성큼 다가가 테이프를 판매하던 여학생에게 지금 나온 노래 제목을 물었다.

그리고 당시 천원을 주고 사온 카세트테이프가 바로 문제의 그것이었다.


얼마전 촛불시위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 노래가 다시금 광화문에 울려퍼졌다.

한명이 부르면 참 초라한 노래일수도 있지만,

몇백명, 몇천명이 합창하면 서로의 노래소리에 힘을 얻게 되는 그런 노래.

오랜만에, 이제는 나 혼자 컴퓨터로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금 가사를 되새겨본다.

가슴 한 가운데서 솟아오르는 뭉클함, 아직 나에게는 남아있었던가....











투쟁 속에 동지여 힘차게 전진전진해
사랑 속에 동지여 뜨거운 혼으로
몰아치는 바람에도 부딪혀 오는 거센 억압에도
동지여 가리라 노동자 한길에 오늘도 전진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에도 부딪쳐 오는 거센 억압에도
우리는 반드시 모이었다 마주 보았다
살을 에는 밤 고통받는 밤
차디찬 새벽서리 맞으며 우린 맞섰다
사랑 영원한 사랑 변치않을 동지여
사랑 영원한 사랑 너는 나의 동지
 
세상 살아가는 동안에도 우리가 먼저 죽는다 해도
그 뜻은 반드시 이루리라 승리하리라
통일되는 날 해방되는 날 희망찬 내일 위해 싸우며 우린 맞섰다
투쟁 영원한 투쟁 변치 않을 동지여
투쟁 영원한 투쟁 너는 나의 동지

동지들과 함께 선다면 다시 힘차게 전진할 수 있으리
이젠 절망 두려움 다 버리고서 나가리라
우리들의 단결로 이제는 해방 우리는 영원한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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