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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Diary / 2008. 8. 15. 00:28
무언가 기록하고 적는 것을 좋아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일기라는 것은 잘 안되더라.

매번 꼬박꼬박 써야지 하면서 몰스킨 위클리로 시도를 해보았지만,

그것도 잠시일뿐.

6개월정도 차분히 써 내려가다 멈추어버린다.

그래서 요즘엔 아예 줄만 쭉 그어져있는 무지수첩을 들고 다니며 이것저것 적어놓게 된다.

서랍 정리를 하다가 재작년과 작년에 적어놓은 몰스킨을 발견했다.

두 권을 읽는데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린것 같다.

키득키득 거리며 웃고있는 나를 보던 내 동생.

완전 지나가는 머 쳐다보듯이 보고는 썩소를 날려주고 가신다. - _-;;;;


그 때는 참 심각하게 적었을 법한 글들이 지금에 와 읽어보니 참 재미있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정말로 최고의 약인걸까?

아니면 시간이 지날 수록, 나이가 들어갈 수록 그런 것들에 무디어가는 것일까?


인터넷 세상이 열리고 이제 나는 티스토리에도 생각날 때 일기를 적는다.

지금처럼.

몰스킨을 들추어보고 나서는 이 티스토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글들을 죄다 읽어보았다.

그나마 웃음은 좀 덜 나더라....-_-;;;;

무언가 심각한 글을 적은 날에는 내가 왜 저날 저런 글을 적었지 하고는 달력을 들추어보고.

출장 참 오지게도 다녔네;;; 하면서 새삼 역마살을 탓해보기도 하고.

이너무 산삼은 언제나 발견되는 것인지 나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한마디로.

별짓 다했다....ㅡㅡ;;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록은 그 이전의 기억이 없다면 만들어질 수 없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

모든 것이 기억되고, 좋은 것들만 기억하고자 하는 인간의 습성 때문인지 나쁜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좋은 것은 '추억'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아 머리 속에 남게 되고,

나쁜 것은 '악몽'이라는 이름을 받고는 이리저리 떠돌아 다닌다.


추억은 내가 눈을 뜨고 있을 때 나의 머리 속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려 한다.

악몽은 말 그대로 내가 눈을 감고 있을 때 무의식 속에서 나를 괴롭히려 한다.


하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내가 내 스스로 내 의지로는 그 기억을 들추어내려 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러고 싶진 않다.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모두 그 당시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소중한 기록들이다.

추억이라는 이름도 악몽이라는 이름도

그저 나에게는 하나의 소중한 기억이요 기록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지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지우지 않는다.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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