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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Diary / 2007. 5. 26. 00:26

요즘에는 등산이라는 것이 일종의 '취미'의 한가지로 생각되고 있다....

잘 닦여진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참으로 그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취미'인 사람에게나 통하는 법....

산을 업으로 여기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산은 언제나 가장 고마우면서도 무서운 존재이다....


취미라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가볍게 생각하게 되는데, 산이라는 존재는 절대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산에서는 몇가지 원칙아닌 원칙이 있다....

길을 잃으면 아래로 내려가지 말고 위로 올라가라....

길을 잃은 것 같으면 모르는 길로 가지 말고 온 길을 되짚어가라....등등....


이번 출장을 다녀온 소백산은 설악산, 지리산과 함께 그 규모가 가장 큰 국립공원 중의 하나이다....

골이 깊고 많으며 등산로가 아닌 곳이 워낙에 많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늦추면 언제 어떤 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곳이기도 하다....

조사 첫 날 고치령에서 시작하여 마당치를 찍고 다시 온 길을 돌아와 형제봉까지 찍었다....

이 때까지의 거리는 도상 6km 정도....

문제는 형제봉에서 하산을 해야하는데 이 길이 전혀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물론 남천이나 다른곳으로의 갈림길은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그 길로 가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대략 지형도를 보고 계곡과 능선을 파악 한 후에 적당한 계곡을 잡아서 바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한손에는 전정가위, 한손에는 람보칼을 쥐고 온갖 나무를 꺾고 자르며....

일반적으로 산행에서는 2-3km에 1시간 정도 걸을 수 있으며 길이 아주 험난할 경우 1km에 1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번 하산에서 500m를 가는데 1시간을 끊었다....

지형도 상에서 계곡의 길이는 대략 6km, 하산을 시작한 시각은 오후 3시....

대략 3시간을 잡고 시작한 길이었는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GPS의 수신신호가 약해서 먹통이 되어버리고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멧돼지의 오줌냄새와 배설물이 점점 두려움을 더하게 했다....


오후 5시 정도에 우마차길을 발견했지만 작년 수해로 인해 길을 여기저기 끊어져있고, 사람이 다닌 흔적 마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 때부터는 얼마만큼 산을 이해하고 산에 다녔는지, 나의 감각에 모든 것을 맡겨야한다....

계곡을 만나고 계곡 주변 사면을 이용해서 하산을 계속하였다....

땀과 빗방울이 범벅이 되어 짠물이 입속으로 들어가고....

그렇게 몇 시간을 걸었는지....

일단 일본잎갈나무 숲이 보이고 길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슬슬 피곤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 계곡을 벗어나 마을 초입까지 와서 시계를 보니 저녁 7시 20분....

이미 해는 지고 빗방울은 최고점을 달리고 있었다....

10시간 40분간의 산행을 마치고 여관에 들어와서는 바로 쓰러졌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오랜만에 제대로 소백산 산신령 님께 인사 드렸기 떄문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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