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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8 A whiter shade of pale 19

A whiter shade of pale

Music / 2010. 4. 28. 23:55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리 학교로 영어선생님이 새로 부임해 오셨다....

비교적 젊은 나이의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상당히 여성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계신 분이셨다....

부임하자마자 고3 영어수업을 맡으셨고, 우리반에도 들어오시게 되었다....

빡빡한 고3수업, 선생님은 책과 수업에 지쳐가는 우리들을 위해 학교에 한가지 제안을 하셨다....

명상의 시간....

매일 아침, 1교시가 시작되기 전 선생님은 직접 써내려가신 원고를 읽어주셨다....

자신이 읽었던 책 중에 감명깊었던 부분, 잡지에 있었던 재미난 기사들,

직접 경험한 여행경험과 대학생활에 관한 것 등등....

눈을 감고 10분여 남짓 매일매일 이어지는 이 행사를,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까?' 하는 기대감에 은근히 기다리게 되었다....

1학기말 고사 전 마지막 수업시간....

수업 중에 떠들거나 지역방송 송출을 무지하게 싫어하셨던 선생님은 그날 따라 기분이 무지 안좋으신 듯 했다....

내 바로 뒷자리에 앉아있었던 두 녀석이 오늘따라 무지하게 잡담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웬걸....

선생님은 내가 그리 떠드는 줄 아시고는, 내가 그 어떤 변명을 늘어놓기도 전에 내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오셨다....

그리고 그날, 나는 그 선생님의 첫 시범케이스가 되어 엄청난 매를 맞아야했다....

반 아이들이 달려나와 선생님께 이야기를 했고, 내 뒤에 있던 녀석들은 기가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오해가 풀린 후, 선생님의 부름으로 나는 양호실로 갔다....

참 서럽게도 울었다....

매가 아파서 울었다기 보다는, 내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억울할 수가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 순간에 나 스스로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음에....

약을 바르고 치료를 받는 중, 선생님께서는 거듭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셨다....

'선생님, 한가지 여쭈어볼 것이 있는데요...."

의외의 말에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아무 말씀도 안하셨다....

"선생님, 매일 하시는 명상의 시간에요...."

"왜? 마음에 안드는거라도 있는거니?"

"그게 아니구요.... 선생님, 그 명상의 시간에 나오는 음악이 몬가요?"

어의없는 나의 질문에 선생님은 '풋' 하는 웃음을 지으시더니 어디론가 나가셨다....

10분이나 지났을까?

양호실로 들어오신 선생님은 나에게 CD 하나를 쥐어주셨다....

"오늘 정말 미안했다.... 선생님이 미안해서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CD를 받아들고 나는 케이스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니가 알고 싶어하는 곡은 바로 이거야~"

하시며 손가락으로 짚어주셨던 곡,

'A whiter shade of pale' 이 곡이었다....

매일매일 기다려지던 명상의 시간, 선생님의 묵직한 목소리와 나레이션도 좋았지만,

나는 그 음악이 너무나도 궁금했었다....

기분이 좋을 때 들으면 더욱 날아갈 것 같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들으면, 없던 눈물까지 쏟아버리게 만들어버렸던, 바로 그 음악이....



David Lanz는 1980년대 후반, 조지 윈스턴과 함께 뉴에이지 음악의 주축을 이루었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우연한 기회에 음악에 입문하여 주로 배경음악과 사운드트랙 작업을 많이 했었고,

뉴에이지 음반으로 유명한 NARADA레이블에서 1983년 'Heart Sounds'를 발표하였다....

'A whiter shade of pale'은 David Lanz의 대표적인 음반인 'Cristofori's Dream'에 수록된 곡으로,

1967년 Procol Harum이 발표한 곡을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것이다....

원곡은 또한 바흐의 'Sleepers, Wake!(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있어'와 'G선상의 아리아'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할 때....

기쁨을 더욱 크게 느끼고 싶을 때....

그냥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

나는 늘 이 음악을 듣곤 한다....

방의 불을 끄고....

소리를 아주 크지도 아주 작지도 않게 조절하고....

살짝 눈을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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