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지우기

Anemone 2011. 3. 26. 12:08


얼마전에 하드디스크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그동안 촬영해왔던 사진들을 모두 날렸습니다-_-

다행하게도 2010년 1년동안 촬영한 사진은, N드라이브에 따로 저장을 해두었기 때문에 살릴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정말 깨끗하게 지워져버렸죠....

물론 그동안 촬영해 둔 것중에 각 동호회 갤러리에 올린 사진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취합하면 어느정도는 찾을 수 있겠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필름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차근하게 필름을 찾아보면 왠만한 것들은 찾을 수 있기에

어느정도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더 큰 원인은 다른데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지 비어있던 공간에 시간이 지나고 무엇인가가 쌓이게 되면 차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이나,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이던간에....

그리고 그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은 반드시 한정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그 공간이 다 차게 되면, 외부의 원인에 의해서건 아니면 자의에 의해서건 비워야 새로운 것들이 들어가게 될 것인데,

그것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 하기엔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차곡차곡 모여온 조각조각이 각 개인에게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스스로 버린다는건 정말 힘든 일 중의 하나겠지요....


그래서, 이렇게 타의에 의해서 없어져버리는 것들이

내가 마련해 놓은 공간이 다 차서....

그 공간에 새로운 무언가를 담기 힘들기 때문에, 새로운 것들을 채우기 위해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인지 아니면 자포자기의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은 좀 편한 것 같습니다.... : )


새로 교체 받아온, 2TB라는 거대한 공간의 하드디스크에 지금은 폴더 하나만이 덩그러니 만들어져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또 이 공간도 새로운 그 무엇으로 채워져가겠지요.

이 공간에 어떤 것이 혹은 무엇이 들어차게 될지,

Anemone 그리고 저를 아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하구요.... : )

잘 부탁드립니다....(__)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