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창 오디오에 재미가 들렸을 때는,
좁디 좁은 내 방에도 앰프와 북쉘프를 놓고 음악을 들었고,
거실에는 어머님 라디오 들으시라고 저렴한 인티앰프에 튜너만 구입해서 놓아드렸던 적이 있었다.
광풍이 한번 몰아치고는,
내 방에 있던, 구하기 어렵다던 앰프와 스피커 모두 팔아버리고 어머님 시스템에 CDP 하나만 구입하여 음악을 들었다.
거실에 있는 스피커는, 그 유명한 JBL L166이다.
JBL에서 L65를 출시하기 전까지는 가장 비싼 180,000엔에 판매되었고,
가정용 스피커 중에서는 꽤 오랜기간 동안 롱런한 모델이며,
알리코 우퍼에 독특하게 생긴 계란판 그릴 그리고 몰짝으로도 유명한 제품이었다.
이 스피커는 선물받은 것이기 때문에 판매할 수가 없는 것이라,
거실 시스템의 조합에는 반드시 L166과 매칭되는 것으로만 구성을 해야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집 정도 크기의 거실에서 이놈보다 나은 스피커를 구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제대로 한번 울려보겠다고, 70-80년대 생산된, 물량투입이 많이 된 산스이나 마란츠 그리고 야마하의 리시버와 인티들을
수없이 물려보았고, 작게는 6V6싱글부터 EL34 PP까지 엄청난 바꿈질을 해대었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은건 뮤지컬피델리티의 A1X 였다.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가는 이름, 뮤지컬피델리티....
채널당 정격 A클라스 25W 출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참으로 인기많은 녀석이다.
25W 출력에 L166같은 덩치의 스피커를 울릴 수 있냐....고 반문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A클라스의 25W 출력이라면 B 혹은 AB클라스 앰프들의 100W 급과 맞먹는,
작은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는 실력을 가진 녀석이며,
특히나 약간 부족한 저음을 메꾸고도 남는, 뮤지컬피델리티 만의 독특한 중고역은 아직까지 이 앰프가
얼마나 잘 설계되고 대단한 앰프인지를 체감하고도 남을만하다.
두가지 단점이라면,
고질적으로 볼륨에서 지직거리는 잡음이 난다는 것과, A클라스 출력 설계로 인해 상판에서 나오는 열이 엄청나다는 것 정도....
열이 얼마나 나는지 실감이 안나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려보면,
앰프에 전원 넣고 한시간 정도 있으며, 절대 앰프 상판에 손을 얹어놓지 못한다....ㅋㅋ;;
오디오평론가이시자 스피커제작자이신 하현상 선생님께서도, 자신의 스피커를 제작하실 때는 A1X를 사용하셨다고 하니....
저렴한 가격에 음악성까지 풍부한 이 앰프를 우리나라 오디오 애호가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매력이 있는 놈이었다.
서론이 길었다-_-
몇 년동안 이 조합으로 음악을 잘 들었는데, 갑자기 얼마전부터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볼륨단의 잡음;;;;
어머님께서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내가 음악을 듣거나 그럴때 볼륨을 돌려보면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안쓰러울 정도였다.
엊그제, 어머님 생신선물을 사드린다는 핑계로 냅다 새 앰프를 하나 질렀다.
요즘 나온 제품치고는 꽤 물량투입이 많이된 마란츠 PM시리즈와 개인적으로 내가 참 좋아하는 온쿄의 제품이 경합을 벌이다가,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브랜드를 써보자 하고는 온쿄의 A9377을 구입하였다.
외관이 마란츠처럼 너무 요란하지 않고, 클래식하게 생긴 점도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어제,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는 퇴근 후 청소와 설치를 한꺼번에 하고는 자주 듣는 시디를 얹어보았다.
전기를 거의 먹지 않은 녀석이라 정확한 평가는 어렵겠지만, 참 마음에 든다.
어머님께서도 깔끔한게 이쁘다고는 내심 좋아하시는 것 같고....ㅋ;;
원래는 디지털 P&S를 구입하려고 모아둔 돈이었는데, 이래저래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 기분도 좋다....ㅎㅎ;;
당분간은 새로 들어온 이 녀석과 친해지려고 노력해야겠다.... : )
